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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럽 자동차 여행] 프랑스 파리 - 첫 결혼기념일 여행




| 파리의 여름과 가을

2012년 6월. 대학교 복학을 앞두고 배낭여행을 하던 중 파리에 간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의 파리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못했다. 파리 기차역 근처의 찌린내, 길가의 부랑자들, 쓰레기들이 굴러다니는 거리, 잘 안통하는 영어, 몽마르뜨 언덕에서의 팔찌 강매 등. 그 동안 가졌던 로맨틱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기대했던 달팽이요리를 먹고 배탈이 나는 바람에 이틀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음식에 대한 좋은 기억마저도 없었다.

그나마 좋았던 기억이라고는 에펠탑의 야경과 그 앞 잔디밭에서 마셨던 와인 정도?


2012년 6월


2018년 10월. 첫 결혼기념일을 맞아 프랑스 파리로 3박 4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나는 예전 기억을 바탕으로 아내에게도 너무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번 여행은 좋은 추억들을 많이 남겼다.

역시 여행은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인가.


2018년 10월





| 자동차로 파리까지

집에서 파리까지 자동차로 여행을 한다는 사실에 나는 매우 들떠있었다. 오래된 로망 같은 것이었다. 자동차로 온 유럽대륙을 누비는 것.


파리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차로 550km 정도 떨어져있다. 우리나라를 대각선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거리이다. 차만 막히지 않는다면 시간으로는 대여섯 시간 정도.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고속도로 정체로 인해 파리 외곽을 빠져나오는데만 세 시간이 넘게 걸렸고, 집에는 자정을 넘어서 도착했다.


여행 첫날. 늦가을은 드라이브하기에 최적의 계절은 아니지만, 이 날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왠지 더 특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도로는 한적했다. 안개가 자욱했던 독일을 지나자 프랑스의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사실 5시간이라는 거리를 쭉 직선으로 달리게 되면 다양한 날씨 변화를 목격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프랑스에서 본 논밭과 자연의 색조는 독일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웬지 좀 더 유채화 같은 느낌이랄까.



독일과 다르게 프랑스의 고속도로에는 톨게이트가 있다. 파리까지 가는 길에 총 3번의 톨게이트를 지났는데, 합쳐서 30유로 정도를 통행료로 지불했다. (왕복 60유로) 스위스의 1년치 고속도로 통행료가 약 40유로니, 비교해보면 싼 금액은 아니다.

이제야 왜 고속도로에 차들이 별로 없었는지 알 것 같다.



| 호텔 추천: Hotel Sofitel Paris La Défense (5성급)

호텔 소피텔(Sofitel)은 라 데팡스(La Défense)라고 하는 파리의 북쪽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다. 외곽이라고는 해도 지하철을 타면 파리 중심가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차를 파리 외곽에 세워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관광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몇몇 국가(독일 포함)에서는 숙박료에 관광세(tourist tax)가 따로 더해진다. 관광세는 1인당 1박에 부과되는 요금으로 숙박시설의 종류에 따라 5유로 이하로 부과된다.
참고: https://en.parisinfo.com/practical-paris/money/tourist-tax


객실에서 보이는 풍경은 그닥. 높은 건물들 때문인지 판교에 온 것 같기도 하고. 날이 흐려 미세먼지가 낀 것 같은 착각까지. 이것만 제외하면 호텔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을 역인 라데팡스역에서는 멀리 '에투알' 개선문과 에펠탑이 보인다. 개선문을 등지고 뒤를 돌아보면 '신개선문'이라고 불리는 건축물도 볼 수 있는데, 사진 속에 보이는 원조 개선문과 정확히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

멀리 보이는 에투알 개선문.


| 맛집 추천: L'Ange 20

결혼기념일 여행의 메인 이벤트는 저녁식사였다. 아내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미슐랭'급' 레스토랑을 찾아서 미리 예약을 했다.
전 미슐랭 호텔 레스토랑의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라나 뭐라나. 공간이 좁아 사전 예약은 필수인 곳이다.



코스요리에 포함된 모든 메뉴가 다 맛있었지만, 그 중 푸아그라가 가장 예술이었다. 나중에 다시 파리에 가게 된다면 한 번 더 들르고 싶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
https://www.lange20.com/en/



| 걷고, 먹고, 걷고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도, 오르세 미술관도, 몽마르뜨 언덕도, 노틀담의 성당도, 베르사유의 궁전도 전부 스킵하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내가 나중에 '혼자' 와서 '천천히'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옆에 있으면 보는데 방해될 것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다행이 이것들을 제외하고도 파리에는 볼 것 천지였다. 조르주 퐁피두 센터, 생투앙 벼룩시장, 방브 벼룩시장, 피카소 미술관 등을 방문했다.

클리셰지만,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두 남녀 주인공이 된 것처럼 거리 곳곳을 활보하며 배가 고프면 먹고, 힘들면 쉬었다 다시 걸었다. 세느강변도 거닐고. 영화 비포 선셋의 촬영장소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도 들렀다.




파리지앵 코스프레




10월말이라 날씨가 많이 쌀쌀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앉아 있었다.



나는 도심 속의 자연을 좋아한다.



굳이 박물관, 미술관, 성당에 들어가 보지 않고도, 굳이 새로운 역사적, 문화적, 경험적 깨달음을 느끼려고 애쓰지 않아도,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파리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다.


비수기에도 파리에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문화, 예술, 역사의 중심지 파리. 전 세계인들이 모여드는 곳 파리. 세번째 방문은 언제가 될 지 아직 모르지만 다음 번에도 우리만의 특별한 여행이 기대가 된다.


에펠탑은 건축될 당시 많은 시민들이 혐오스러운 쇳덩어리라며 건축에 반대 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절대 없애서는 안 될 파리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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