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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책 리뷰] 기자의 글쓰기 - 박종인



기자의 글쓰기 - 박종인

글쓰기 책의 저자답게 박종인 작가는 글을 정말 잘 쓴다. 문장을 짧게 치고 나가는 힘과 내용을 전달하는 속도 때문에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다. 그래서인지 더 설득력이 강하다. 글을 준비하고, 쓰고, 퇴고하고, 완성하는 과정 전반에 걸쳐 검토해봐야 할 가이드라인들을 제시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예시문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글쓰기 수업 수강생들이 쓴 초고와 작가의 피드백을 통해 수정된 완고가 10개 이상 실려있어서, 작가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는지, 그 이후에 그 글이 얼마나 매끄러워 지는지를 읽어볼 수 있다.



리듬감, 팩트, 구성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작가는 네 가지라고 했지만 내 마음대로 세 가지로 추렸다)


1. 리듬감

쉽게 써라. 단순하게 써라. 짧게 써라. 말하듯이 써라.

한 마디로 리듬감 있는 글을 쓰라는 뜻이다.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다.

전문용어, 외래어는 생활 용어로 바꿔 쓴다.

긴 단어, 긴 문장은 짧게 쓸 수 있으면 짧게 쓴다.

빼도 상관 없는 단어는 뺀다.

능동태가 수동태보다 더 설득력이 강하다.

번역체를 조심해야한다. *

상투적인 비유는 쓰지 않는다. **

수식어는 절제한다. ***


* 번역체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번역체가 나쁜 이유는 리듬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 '~것', '언니들의 투덜거림에 대한 원인', '한국에서 제일 넓은 땅 중 하나'는 번역체라고 볼 수 있다.


** 상투적인 비유를 쓰는 대신 그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라.

'감회가 새롭다', '진땀을 흘렸다', '눈길을 끌었다'는 표현을 쓰는 대신 그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라.

(가끔은 상투적인 표현이 '입말'에 가까워 좋은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굉장히', '너무', '매우'를 남발하면 독자에게 그렇게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느낌을 준다.




내가 쓴 글이 리듬감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글을 쓰고 나서 30분 뒤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리듬에 따라 '하였다', '되었다'가 좋을 수도 있고, '했다', '됐다'가 좋을 수도 있다.

리듬에 따라 '2015년 3월 10일 그가 죽었다.'가 좋을 수도 있고 '그는 2015년 3월 10일 죽었다.'가 좋을 수도 있다.


2. 팩트

주장이 아니라 팩트를 쓴다.

팩트가 해야할 역할이 설득이다.

좋은 글은 팩트로 가득 차 있다.


구체적일수록 더 그럴 듯 하다.

'옛날옛날'이 아니라 '1821년 6월에'라고 쓴다.

'두 시쯤'이 아니라 '2시 11분'이라고 쓴다.


팩트와 관련해서 작가는 "기억이든 경험이든 확신을 가지고 단언적으로 쓰라"고 말한다.

글은 자신 있게, 단정적으로 쓴다. 직설적으로 팍팍 쓰라는 얘기다. 자신이 없으면 글 세계에서는 두 가지 일이 벌어진다. 우선, 주절주절 눈치를 보면서 글이 길어진다. 두 번째 '나는', '내가 경험한 바로는' 따위의 정당화가 늘어난다.


3. 구성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문장이 좋다고 해서 글 전체가 좋다는 법은 없다. 글 전체를 재미있게 만드는 더 큰 원칙이 있다. 구성, 즉 디자인이다. 


글을 쓰기 전에 잘 설계해야 한다.

주제에 어긋난다면 아까운 팩트, 에피소드라도 희생시켜야 한다.

결론을 숨겨두고 기대감을 증폭시켜야 한다.

글을 아무리 수정해봐도 재미가 없으면 전체 문단을 재배치 해야한다.



결론: 나쁜 구성, 나쁜 팩트, 나쁜 리듬감

글쓰기에서는 구성(주제)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팩트(소재)다. 마지막이 리듬감(문장)이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하면 좋은 구성, 좋은 팩트, 좋은 문장을 갖출 수 있는지 보다는, 어떻게하면 나쁜 구성, 나쁜 팩트, 나쁜 리듬감을 골라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쓴 글을 수정할 수 있는 채점표가 생긴다.


좋은 구성, 좋은 팩트, 좋은 문장은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배울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좋은 글은 다독(多讀)과 다작(多作)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기초체력을 기르는 일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


책에 나오는 예시문들은 모두 잘 쓰여진 글이다. 이 원칙들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작가 자신이 이 원칙들을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이론만 아는 것과 예시도 아는 것은 차이가 크다.



기자의 글쓰기
국내도서
저자 : 박종인
출판 : 북라이프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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