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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깻잎 일기 #2 전편: [일상] - 깻잎 일기 #1 3월 6일 (10일째)깻잎이 잘 자라고 있다. 본잎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아직은 키만 쑥쑥 자라는 중이다. 물은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주는데, 분무기로 2-3번 칙칙 뿌려주는 정도로 준다. 내가 출근한 사이에 흙이 마르면 아내도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물을 뿌려준다고 한다. 3월 9일 (11일째)아침에 일어나보니 깻잎에 문제가 생겼다. 밤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거지.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화분이 너무 얕아서 그런가. 물을 덜 줘서 그런가. 근거도 없이 가설을 세워본다. 깻잎 줄기 하나를 뽑아 뿌리 길이를 확인해보니 겨우 1~2 cm 정도였다. 화분이 문제인 것 같지는 않은데.. 일단 물을 좀 뿌려주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깻잎 일기 #1 한국인 회사 동료로부터 깻잎 씨앗과 고추 씨앗을 선물 받았다.깻잎은 못 먹어본지 1년이 넘었고 고추는 마트에서 애용하는 편이라, 깻잎과 고추는 정말 쓸모있는 선물이었다.오래 전부터 '과일이나 채소 재배해보기'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반드시 잘 키워서 맛있게 먹겠습니다." 2월 24일 (일기 시작)깻잎씨와 고추씨를 뿌렸다. 네모난 반찬통에 젖은 냅킨을 한 장 깔고 그 위에 씨앗을 흩어 놓았다.전문용어로 이렇게 발아시키는 방법을 물발아 혹은 솜발아라고 한다.반찬통은 랩으로 가볍게 덮어 습도가 유지되도록 했다. 그리고 랩에 구멍을 송송 뚫어 씨앗들의 질식사에도 대비했다.생전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씨앗을 넉넉히 뿌렸는데, 이 중에 얼마나 발아에 성공할지 모르겠다. 2월 27일 (3일째)깻잎씨에서..
자전거 타고 슈베칭엔으로 마실 다녀오기 아내에게 자전거가 생긴지 2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자전거에 제대로 올라앉지도 못했던 아내가 한 달 새 부쩍 실력이 늘었다. 처음에는 매일 꼭 한 번씩 넘어지고 부딪히는 바람에 멍이 여기저기 들었다. 무릎 보호대라도 사야하나 싶어 계속 자전거 가게를 기웃거렸는데, 언젠가부터는 내가 출근한 사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마트에도 다녀올 정도로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며칠 전에 같이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갔을 때 '이제 한 손으로 수신호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의무적으로 자전거 면허를 딴다고 하는데, 아내를 그곳에 보내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많이 타는 만큼 안전을 위해 복잡한 교통 법규를 숙지하고 ..
라인 네카 아레나 - 호펜하임 경기 직관 후기 생각지도 못하게 분데스리가 경기를 직관(직접가서 관람)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누구나 들으면 아는 바이에른 뮌헨이나 도르트문트 정도 되는 명문 구단끼리 하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티켓을 반값에 살 수 있다는 말에 혹하여 가장 싼 좌석(원래 26유로)으로 두 장 구입해 버렸다. TSG 1899 호펜하임(Hoffenheim) 대 하노버(Hannover) 96의 경기였다. 사실 분데스리가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두 팀다 생소해서 재밌는 경기를 기대하고 간다기 보다는, 축구장 안에서 간단히 소세지에 맥주나 한 잔 하면서 기분 전환이나 하고 오자는 생각이었다. 마침 장소도 집에서 멀지 않은 라인-네카 아레나(Rhein-Neckar-Arena)였고, 시간도 금요일 저녁으로 딱이었다. TSG는 독일어로 'Turn..
슈베칭엔에서 봄을 맞이하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집을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만만치 않았다. 2월 한 달 간 누스로흐(Nußloch)의 임시 숙소에 머물면서 부동산 앱과 지역 코디네이터인 헬렌을 통해 여기 저기 알아보았으나, 실제로 집을 방문해 볼 수 있었던 건 겨우 3군데 밖에 없었다. 그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한 곳 마저도 4월부터 입주가 가능하다고 하니, 우리에겐 집을 구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다행스럽게도 회사로부터 임시 숙소를 연장 받았고, 한 달의 여유가 더 주어졌다. 지난 한 달 동안 머물며 정든 누스로흐 숙소에서 계속 지내고 싶었지만, 해외 이주를 도와주는 중간 업체의 사정으로 인하여 3월부터는 우리가 살던 방을 비워줘야 했다. 추운 겨울 낯선 이 곳에서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던 요람과도 같았는데.. 아쉽기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