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자전거가 생긴지 2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자전거에 제대로 올라앉지도 못했던 아내가 한 달 새 부쩍 실력이 늘었다. 처음에는 매일 꼭 한 번씩 넘어지고 부딪히는 바람에 멍이 여기저기 들었다. 무릎 보호대라도 사야하나 싶어 계속 자전거 가게를 기웃거렸는데, 언젠가부터는 내가 출근한 사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마트에도 다녀올 정도로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며칠 전에 같이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갔을 때 '이제 한 손으로 수신호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자전거로 30분이네. 가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쉬다 오면 되겠다!"
아파트 지하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
자전거를 꺼내고 뒷바퀴에 바람을 채웠다. 앞바퀴는 괜찮은데 뒷바퀴에서 자꾸 바람이 새서 지난 주에 20유로를 주고 튜브를 교체했다. 수리하고 나서는 괜찮았는데 왜 또 바람이 조금 빠져있는 거지?
자전거 체크 완료. 자 이제 달려 볼까?
출발한 지 5분만에 길을 잘못 들었다.
다시 지도를 체크하고 출발. 뭐 좀 돌아가는 것 쯤이야.
일요일이라 그런지 차들도 많지 않아 자전거 타기 좋았다.
공터에서 드래프트를 연습하던 자동차를 멍하게 바라보는 나
다시 출발. 이렇게 가다가는 언제쯤 도착할런지..
담장 너머로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과, 수영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에펠하임(Eppelheim)쯤 온 것 같다.
논과 들을 지나 계속 달린다.
길을 또 잘못 들었다.
내 반팔 그림자. 빈폴 아님
B535
슈베칭엔까지는 고속도로와(Autobahn)과 국도(Bundesstraße)를 한 번씩 건너야 한다.
우회전 깜빡이 넣어주시고요
슈베칭엔 도착
드디어 슈베칭엔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뒷바퀴에 바람이 또 빠져있는 것을 느끼고 다시 공기를 충전했다. 오늘만 4번째.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결국 최종 목적지인 슈베칭엔 궁전 도착을 200여 미터 앞두고, 뒷바퀴에서 바람이 푸쉭하면서 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타이어는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펌프질을 아무리 해봐도 복구가 안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제대로 펑크가 난 모양이다.
자전거는 궁전 옆에 묶어두고 저녁때 다시 차로 실으러 오는 수밖에.
자물쇠를 채우다가 저 풀에 손등이 닿았는데, 가시에 쓸린 것처럼 손이 따가웠다.
그나저나 집에는 어떻게 돌아가지..
그래도 무사히 슈베칭엔 궁전에 도착했다. 우리가 해냈다! 1시간 반이나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Jamie의 자전거는 궁전 앞에 잘 묶어두고
맥주를 마시러 광장으로 갔다.
잘 있었니, 동상들아?
Pommes와 Weisen. 독일에서는 실패하기 힘든 조합.
파라솔 사이로 보이는 비행기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집에 돌아왔고, 오자마자 나는 다시 슈베칭엔으로 돌아가 펑크난 자전거를 싣고 왔다. 이렇게 우리의 첫 자전거 여행은 녹초가 되어 무사히 끝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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