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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라인 네카 아레나 - 호펜하임 경기 직관 후기



생각지도 못하게 분데스리가 경기를 직관(직접가서 관람)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누구나 들으면 아는 바이에른 뮌헨이나 도르트문트 정도 되는 명문 구단끼리 하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티켓을 반값에 살 수 있다는 말에 혹하여 가장 싼 좌석(원래 26유로)으로 두 장 구입해 버렸다. TSG 1899 호펜하임(Hoffenheim) 대 하노버(Hannover) 96의 경기였다. 사실 분데스리가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두 팀다 생소해서 재밌는 경기를 기대하고 간다기 보다는, 축구장 안에서 간단히 소세지에 맥주나 한 잔 하면서 기분 전환이나 하고 오자는 생각이었다. 마침 장소도 집에서 멀지 않은 라인-네카 아레나(Rhein-Neckar-Arena)였고, 시간도 금요일 저녁으로 딱이었다.


TSG는 독일어로 'Turn- und Sportgemeinschaft'를 줄인 말이다. 영어로 Gymnastics and Sport Community 라는 뜻. 역사를 살펴보니 호펜하임 선수 출신이자 소프트웨어 재벌인 디트마어 호프(Dietmar Hopp)의 재정적 지원에 힘입어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엄청난 성장을 이루며 단숨에 5부리그에서 1부리그인 1. 분데스리가로 진출했다. 김진수 선수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호펜하임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위키백과


호펜하임 홈구장인 WIRSOL Rhein-Neckar Arena는 진스하임(Sinsheim)에 위치해 있다. 라인-네카어 지역(Rhein-Neckar metropolitan area, from Frankfurt to Stuttgart)에서 가장 큰 경기장으로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진스하임의 인구는 3만 6천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 A6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자가용으로 접근이 용이하다.



얼마 전에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 있는 벤츠 박물관에 다녀왔을 때 그 날 오후에 열리는 축구 경기로 인해 도로 이곳 저곳이 통제되어 길을 잃고 헤맸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2시간이나 일찍 경기장에 도착하고 말았다. -_- 이미 준비 중인 주차 요원에게 주차 요금 3유로를 선불하고, 최대한 경기장 가까운 곳에 주차를 했다. 아직 주차장이 텅텅비어 여유롭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VIP가 아닌 경우 경기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5분 정도 걸어와야 한다.



경기장 안으로 입장은 아직 불가능한 시간이라, 우리보다 더 일찍 온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렸다. 아마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한 모양이다. 오래 지나지 않아 게이트가 열렸다. 티켓을 보여주고, 소지품 검사를 받고 입장했다. 분주히 음식을 준비 중인 매점 분위기를 슬쩍 파악한 뒤 가장 만만해 보이는 소시지(Wurst)와 감자 튀김(Pommes), 그리고 맥주를 샀다. 음식을 양손에 들고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푸른 잔디와 파란 하늘. 한국에 있을 때 종종 야구장을 다녔던게 생각났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축구장이든 야구장이든 사방이 둘러 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탁 트인 기분이 든다.



 잠시 동안 단정하게 정돈된 잔디 위를 뛰는 상상을 했다. 



자리도 나쁘지 않았다. 2012년에 런던에 놀러갔을 때 박지성 선수의 QPR 데뷔전을 보기위해 비싼 돈을 주고 어둠의 경로로 표를 구입해 거의 꼭대기 구석에서 스탠딩으로 힘들게 경기를 관전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일에 비하면 오늘은 훨씬 좋았다. 앉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 때 그 경기는 QPR이 스완지에 5:0으로 패하는 바람에 내 바로 옆사람이 한 블록 건너편에 앉은 관중들에게 경기 내내 F*ck을 샤우팅했기 때문에 (경찰이 와서 제지할 때까지) 그 사건 말고는 경기에 대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심지어 그 녀석은 나를 박지성 선수와 형제(Brother)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유리창 너머는 VIP석 혹은 단체석으로 보인다.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 덧 관중석이 가득 들어찼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흥미진진



경기 후반부터 우리 근처에 앉아 있던 한 젊은이들 무리가 앉은 자리에서 담배를 펴대는 바람에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주변에 앉은 어르신들께서 뭐라고 타이르는 것 같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계속 폈다. 괘씸했다. 유럽에서는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나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서도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많던데. 우리나라보다 흡연에 대해서 관대한 건지. 아니면 흡연자 개인의 권리를 존중해 주는 건지 모르겠다. VIP석은 좀 괜찮으려나.



날씨가 쌀쌀해져 우리는 경기 종료를 10여분 정도 앞둔 스코어 2:1 상황에서 경기장을 나왔다.



이 날 경기는 호펜하임이 3:1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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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축구장에서에서 먹는 쏘맥/감맥도 야구장에서 먹는 치맥 못지않게 괜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