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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깻잎 일기 #2


전편: [일상] - 깻잎 일기 #1


3월 6일 (10일째)

깻잎이 잘 자라고 있다.

본잎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아직은 키만 쑥쑥 자라는 중이다.

물은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주는데, 분무기로 2-3번 칙칙 뿌려주는 정도로 준다. 내가 출근한 사이에 흙이 마르면 아내도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물을 뿌려준다고 한다.


3월 9일 (11일째)

아침에 일어나보니 깻잎에 문제가 생겼다. 


밤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거지.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화분이 너무 얕아서 그런가. 물을 덜 줘서 그런가. 근거도 없이 가설을 세워본다.
깻잎 줄기 하나를 뽑아 뿌리 길이를 확인해보니 겨우 1~2 cm 정도였다. 화분이 문제인 것 같지는 않은데.. 

일단 물을 좀 뿌려주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물 뿌리기는 이런 상태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검색을 통해 '웃자람'이라는 현상에 대해 알게되었다. 웃자람이란 줄기가 길고 연약해하게 자라면서, 잎은 크게 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다보니 옆으로 줄기가 휘어져 넘어지게 된다.

웃자람의 가장 흔한 원인은 햇볕 부족과 수분 과잉이다. 식물들은 햇볕이 없는 상태에서 물을 많이 받으면, 아직 땅속이라고 생각하고 해를 더 받기 위해 줄기만 길게 뻗는다고 한다. 이걸 두고 '웃자란다'고 표현한다.

나는 깻잎들의 병명을 웃자람이라고 진단했다. 치료를 위해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부엌에서 햇볕이 잘 드는 서재로 화분을 옮겼다.

다시 일어서주렴.

* 햇볕이 잘 드는 창가로 깻잎을 옮겨놓고 한 두 시간 정도 지나자 정말 신기하게도 깻잎 줄기들이 다시 꼿꼿하게 섰다.
일부는 여전히 계속 누워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3월 10일 (12일째)

희망이 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깻잎들 대부분이 다시 쓰러져있었다.

야심찼던 나의 깻잎 일기가 이렇게 막이 내리는 것인가. 겨우 2주 만에.


정말 햇볕 부족이 원인이라면 하늘이 너희를 돕지 않으려나 보다.




최후의 발악

이런 경우에 흙을 더 쌓아 쓰러지는 줄기를 잡아주면 임시방편으로 도움이 된다고 하는 글을 보았다.

그럼 이 참에 더 큰 화분으로 옮기면서 흙도 교체해 줄까?


어서 수술 준비해!

심폐소생술을 하는 기분으로 옮겨심을 준비를 했다. 뭐라도 계란판보다는 더 낫겠지.

얼마 전 여분으로 사온 화분 바닥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양파망을 깔았다.

물빠짐을 위해 마사토를 한 층 깔고, 그 위는 일반 흙(Universalerde)으로 채웠다.


튼튼해 보이는 녀석들만 고른 뒤 숟가락으로 잘 떠서 큰 화분에 적당한 간격으로 꾹꾹 심어주었다.


작업이 끝나고 이제 모종 10개만이 남았다. 사실 부엌에 수십개가 더 자라고 있는데 이들도 운명이 확실치 않다.. ㅎㅎ

뭐 모종 몇 개만 있어도 한 가족이 먹기에는 충분하다고 하니, 그 전에 오히려 지나치게 많이 뿌렸던 것이다.


앞으로 최후의 10종의 운명은 어떻게 될런지?


2월말 잠깐 따뜻해진 날씨에 속아 너무 빨리 발아를 시킨 것이 아쉽다.


3편에서 계속..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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